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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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자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한강 작가가 최근 자신의 소설 한편을

약 100년 뒤인 2114년에 공개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어요.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지 않을 먼 미래에 완성되는 예술작품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은 스코트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Katie Paterson)이 이끄는 프로젝트명으로, 2014년부터 매년 1명의 작가 작품을 받아 100년 동안 노르웨이의 오슬로 공공도서관에 미공개로 보관한 뒤, 2114년에 종이책으로 출판하여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기획입니다.

그녀는 오슬로의 북부지역에 위치한 노르드마르카 숲에 1000그루의 나무를 심어 100년 후 출판 될 책들의 종이를 마련하였고, 지금까지 벌써 5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지요.

첫 작가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시인 겸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이며, 이어서 영국 소설가 데이비드 미첼, 아이슬란드 소설가 욘, 터키 작가 엘리프 샤팍이 참여하였어요.

그리고 올해, 한강 작가가 동아시아권에서는 첫 번째로 미래도서관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약 100년 뒤 공개될 그녀의 작품명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라고 합니다.

출판되기 전, 한 세기동안은 그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소설이라고 하니 그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지난 5월 29일 한강은 오슬로 노르드마르카 숲에서 열린 작품증정식에 참가하여 한국에서 가져온 흰 천으로 자신의 미공개 원고를 싸맨 뒤 노르웨이 재단 측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흰 천을 가지고 1000그루의 나무가 심겨진 숲 사이를 걸어가는 퍼포먼스도 진행하였는데요, 아이가 태어나면 하얀 면포로 몸을 감싸는 한국의 전통과, 또 장례식 때 흰 옷을 입고 애도를 표현하는 의례를 의미하는 뜻에서 생과 사,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대해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작품증정식의 퍼포먼스를 진행중 인 한강 (출처 : the guardian)

이날 케이티 패터슨은 한강을 미래도서관 작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강은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다. 인류와 존재, 아름다움, 비애에 대해 매우 명료하고 아름답게 말한다”며, 역대 작품 증정식 중 가장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미래 도서관' 한강 작품증정식 (출처 : the guardian)

행사에 모인 200여명의 사람들이 30초 동안 침묵한 채 숲의 바람 소리, 새 소리, 벌레 소리를 들으며 증정식을 마쳤다고 합니다.

미래도서관은 어떻게 시작되게 된 것일까요?

노르웨이는 전기차 10만대를 보급하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입니다. 2017년부터는 산림 벌채를 일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그러나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책 또한 나무들의 희생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케이트 패터슨이 책과 예술 그리고 환경을 결합하여 미래도서관 프로젝트를 고안한 것이죠.

100년 후 출판될 책의 종이로 사용될 나무 (copyright Katie Paterson)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 희생해야하는 나무를 생각하고, 또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려야 우리에게 한 권이 책이 다가올 수 있는지, 그래서 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미래에 종이책이 계속 존재할 것인지, 숲이 점점 사라지는 환경 속에서 노르웨이 숲은 100년 뒤에도 보호될 것인지, 이 프로젝트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아득한 미래를 향하고 있는 미래도서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아래 한강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여러분도 100년 후 미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한강작가 인터뷰 영상

글 | 안심도서관 사서 황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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