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꼭 가봐야 할 도서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독서실’의 이미지로 전락했습니다. 책을 읽도록 마련한 책상에는 빈자리가 넘쳐나는 반면 시험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책상은 예약을 해야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중퇴한 하버드대에서보다 도서관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웠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도서관이 단순히 열람실의 역할만을 했다면 오늘날의 빌게이츠는 없었을지도 모르죠.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도서관. 그렇다면 세계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서관으로 꼽히는 뉴욕 공공도서관은 국적이나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전 세계에 40여 권밖에 없는 희귀본인 구텐베르크 성서, 니체의 철학서,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 초고, 조지 워싱턴의 고별사 친필본, 갈릴레오의 노트, 베토벤·모차르트·바흐의 자필 악보 등 다수의 희귀본을 소장하고 있어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특히 뉴욕 공공 도서관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상은 도서관 공사 중에는 헬멧을 쓰고, 행사가 열리면 턱시도를 걸치는 등 도서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려주는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한 뉴욕 공공도서관은 뉴욕 최고의 결혼식 장소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뉴욕에서 이사를 하면 가장 먼저 도서관에 가보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도서관에 대한 뉴욕 시민들의 신뢰도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이렇듯 뉴욕 공공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생활에 함께 녹아 실생활에 도움 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더욱 빛이 나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바로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가진 덴마크 왕립 도서관인데요. 북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외관 또한 화려합니다. 특히 덴마크는 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휴먼 라이브러리’의 발상지인데요. 장애인, 노숙자, 동성연애자, 이주 노동자, 특수 종교인, 여성 소방관 등 주로 사회적 소수자나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책이 되어 많은 이들과의 소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애틀을 대표하는 스페이스 니들 못지않게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시애틀 공공 도서관인데요. 미국 건축협회로부터 건축상을 받기도 한 시애틀 공공 도서관은 빛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건물의 외벽을 모두 유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일반 건물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40% 이상이 높다고 하네요. 자연광으로 실내 정원을 가꾸고, 공기 정화에 이용한다고 하니 디자인과 효율성 모두를 갖춘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라 일컬어지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리는 의미로 2002년에 새로 개관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건물 외벽에는 여러 나라의 글자가 새겨져있는데요. 도서관 완공에 도움 준 나라의 글자를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는 우리의 한글도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바로 ‘세월’, ‘여름’, ‘강’이라는 단어인데요.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된다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방문해 건물에 새겨진 글자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세계의 여러 도서관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여러분이 가장 가보고 싶은 도서관은 어디인가요?

글 ｜ 신천도서관 사서 장보경